2010 Yoo Hye-Sook

 

Another

 

 

오래전부터 머리카락, 털 들은 내 작업의 소재가 되었다. 그것들이 갖고 있는 식물적이면서 동물적인 특성들이 나를 그림으로, 조각으로, 혹은 또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무언가를 만들게 하였다. 무수히 반복되어진 선들이 담긴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그리고 그 행위 속에서 나는 잡히지않고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자라나는 내 속의 무언가를 만났다. 마치 그것은 우리 안에서 우리가 살아있는 한 매순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계속 자라나는 머리털과 같이, 끊임없이 욕망이 내 안에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욕망한다는 것은 우리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자라나는 머리털처럼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숨쉬고 살아있는 동안은 끊임없이 생성, 성장하는 것이다. 때마다 내용과 강도는 다르지만 나는 여전히 욕망했었고 욕망하고있고 계속 그러할 것이다. 아마도 나는 오래전, 내 신체를 훌쩍 넘는 캔바스위에 산 같은 머리채를 그릴 때 이름 지을 수도 없는 내 안의 어두운 욕망을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나쁜 남자”를 보면서 각 캐릭터 안에 숨겨진 욕망들이 읽혀지기 시작하면서 이번 작업을 생각했다. 극 중 인물의 잠재되어있는 욕망을 머리털 작업을 통해서 드러내어 보기로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몸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욕망의 대상이었고 특히 머리카락은 그것을 상징적으로 잘 드러내기때문이다.

이 드라마 안에서 각 캐릭터 마다 욕망하는 것들이 매우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고, 또 어떤이에게는 권력이지만 그 모든 것은 매우 동물적이고 본성적이다. 단지 사회적 위치나 교육, 관습에 의해서 감추어져 있을 뿐이지 않을까?

가령, 극 중 인물 태라의 외형적 모습은 무척 차갑고 절제되어있으나. 그녀의 안에 자신조차 모르는, 뜨거운 정렬이감추어져 있다. 나는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상상하며, 캡쳐된 화면 위로 드로잉하여 극중 캐릭터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변형시킴으로 그들을, 아니, 바라보는 우리 자신까지도 또 다른 모습으로 보아줄 것을 제안한다.